공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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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0대 중년인 김남우 부장은,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착했다.

그래서 사람들은 더욱더 놀랐다. 누가 김부장에게 그런 택배를 보냈을까?


" 꺄아악-! "


회사로 도착한 익명의 상자에는, 신문지에 싸인 생쥐 머리들과 쪽지가 들어있었다.


[ Dear. 김남우 ]


" 어떤 끼가 김부장님께 이런걸?! "
" 세상에! 김부장님한테? 아니 왜?? "


사람들은 혹시 짐작 가는 바가 있을까 싶어 김남우를 바라보았지만, 전혀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었다.


" 누가 나한테 이런걸? 허허~ 괜히 쥐만 불쌍하게 됐어. "


사람들은 '그럼 그렇지' 고개를 끄덕였다. 바퀴벌레도 죽이지 않는 김부장이었다. 원한 관계가 있을 리가!


" 그냥 돌아이 짓인가 본데, 부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! "


직원이 김남우를 위로하며 상자를 치우려 했지만, 김남우는 상자를 빼 들었다.


" 아니, 나한테 도착한 건데 자네들한테 시킬 순 없지. 내가 처리하겠네. 미안하네. 괜히 비위상하는 꼴을 봤어. "
" 아유 아니에요~ 괜찮은데, 제가- "


김남우는 웃으며 고개를 젓고, 굳이 본인이 들고서 사무실을 나섰다.


밖에서 상자와 쓰레기를 처리하던 김남우. 순간,


" 응? "


쥐를 싸고 있던 신문지의 기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.


[ 자양동 부녀자 엽기 토막살인! 경찰은 아직도 오리무중? ]


" ... "


딱딱하게 굳는 김남우의 얼굴. 신문의 날짜는 15년 전이었다.







팔다리 몸통이 모두 토막 난 마론인형. 이번에 도착한 상자의 내용물은 김남우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했다.
그것을 전혀 모르는 직원들만이 아무렇지도 않게 인형 조각을 만졌다.


" 애들도 아니고.. 인형을 아주 토막을 내놨네. "
" 누가 이런 악질적인 장난을 하는 거야? 설마... 이것도 김부장님한테 보낸 건가? "


찜찜한 얼굴로 눈치를 보는 직원들.
심각한 얼굴의 김남우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.







" 어머 어떡해! 부장님한테 또 왔어! "
" 이거이거 진짜, 정말로 김부장님한테 뭐가 있으신가...? "


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는 김남우.


" 무슨 일인가? "
" 아! 저, 부장님 그게...! "
" 뭔데 그러나? "


또다시 상자가 배달되어 있었는데, 이번에는 대놓고 김남우의 사진이 있었다.
사진의 목은 분리되어 있었고, '복수'라는 붉은 단어가 쓰여 있었다.


" 으음...! "


불편해지는 김남우의 얼굴.
사원들은 걱정스럽게 물었다.


" 괜찮으세요? 아니, 도대체 누가 자꾸 이런 장난질을...! "
" 경찰에 신고할까요? "


" 아닐세.. " 고개를 흔든 김남우는 상자를 가지고 사무실을 나갔다.
그가 떠나고, 남겨진 사람들의 얼굴이 찜찜해졌다.


" 김부장님이 누구 원할 살만한 분이 아니신데... "
" 그러니까! 내가 태어나서 저렇게 선한 분을 만난 적이 없는데 말이야. "


"혹시..." 말을 줄인 사원은 조심스럽게,


"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? 김부장님 과거 이야기 정말 안 하시잖아.. 경찰에 신고도 못 하게 하시는 걸 보면, 과거에 무슨 일이...? "
" ... "


설마 하는 얼굴이 되는 사원들. 그 사람 좋은 김부장님이??







굳은 얼굴로 사진을 버리려던 김남우는, 사진 뒷면에 적힌 문구를 발견했다.


[ 공소시효 만료 D-5. ]


" ! "


김남우의 눈빛이 흔들렸다.







' 사각사각사각... '


어두운 골방. 책상 앞에 앉은 사내가 사진을 가위질하고 있었다.

15년 전 토막살인에 대한 기사들과 김남우의 사진들이었다.


' 사각 사각 '


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 조각으로 잘린 김남우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상자에 옮겨 담는 사내.
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하나하나 위치를 맞춰서 놓자, 완성되는 메시지.


[ 최고의 복수는 용서 ]


가만히 그 글귀를 바라보던 사내는, 상자를 흔들어 헝클었다.







" 김부장님은 오늘도 안 나오셨대? "


직원들은 이틀이나 무단결근을 한 김부장에 대해 떠들었다.


" 아무리 아파도 쉬지 않던 분이신데 참... "
" 아무래도 그 협박 상자들이랑 연관이 있겠지? "


이야깃거리로 너무 좋았다.


" 김부장님한테 뭔가 비밀이 있어! 그러고 보면 개인적인 얘기는 전혀 안 하시니까~! "
" 복수 어쩌고 하는 걸 보면, 뭔가 저지르신 것 같긴 한데... "
" 설마? 김부장님이? 에이~! 그렇게 착한 분이 무슨~ "
" 야! 원래 겉으로 완벽하게 착한 사람일수록 속은 알 수 없는 거야! 사람이 그 정도로까지 착한 게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? "
" 설마...그런가? "


그들은 궁금했다. 김부장의 진짜 얼굴이란 게 있을까? 있다면 무엇일까?







단단히 닫힌 조용한 집에 틀어박혀 있는 김남우.
그는 무릎을 꿇고, 신께 드리는 기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.


" 부디 굽어살피소서... "


얼마간 눈을 감고 있다가,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향하는 김남우.
책상 위에는 여러 조각난 사진이 맞춰 놓여있었다.


[ 최고의 용서는 복수 ]


" ... "


굳은 얼굴의 김남우는, 옆에 놓인 달력을 바라보았다. 동그라미 친 날짜까지 하루가 남은 달력.
그때,


[ 딩-동 ]


벨이 몇 번 울려도 못 들은 것처럼 무시하는 김남우. 그는 지난 이틀간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침묵하고 있었다.
한데,


[ 교에서 나왔습니다 형제님~ 최 장로님께서 보내셨습니다~ ]


" 음! "


김남우의 고개가 돌아갔다.
이틀 만에 처음으로 방의 불을 켜는 김남우.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. 한데,


' 찌지지직-! '


" ?! "


문을 열자마자 전기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는 김남우-







" 으으음.. "
" 정신이 드십니까? "


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뜨는 김남우. 곧, 자신이 낯선 지하실의 의자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


" 여긴...? "


혼란스러운 얼굴로 눈앞에 선 사내를 올려다보는 김남우.


" 당신...?! "


사내는 무심한 얼굴로, 김남우의 눈앞에 도끼를 쳐들었다.







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직원들. 그때, 한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뉴스를 전했다.


" 김부장님의 과거를 알아냈어! "
" 뭐? "
" 사장님이 그러는데! 아, 일단 이걸 봐봐! "


그가 내민 핸드폰 화면에는 15년 전 토막살인 기사가 떠 있었다.


" 여기 봐! 피해자 홍 모 씨의 남편 김 모 씨! 이거 김부장님 이잖아! "







사내는 도끼날을 김남우의 목에 들이밀었다.


" 또 용서하시겠습니까? "


김남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. 떨려 나오는 음성.


" 무, 무슨? 대체 왜 이러는 거요..? "


" 최고의 복수는 용서다. 그렇게 생각하십니까? "


김남우는 침만 꿀꺽 삼킬 뿐,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.
사내는 가만히 지켜보다 입꼬리를 비틀며, 돌아섰다.


맞은편 의자에 씌어있던 천을 걷어내는 사내.


" ?! "


그곳에는 피떡이 되어있는 중년인이 묶여있었다.
사내는 그를 도끼로 가리키며 김남우에게 물었다.


" 기억하십니까? 당신이 용서하신 15년 전의 그 사람입니다. "
" 아?! "


핏줄 돋은 눈으로 김남우를 노려보며 씹어뱉는 사내.


" 15년 전, 당신은 이 자를 잡았지만 끝내 용서했지요. 그가 홀어머니와 장애 있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. "
" 아... "
" 그때 당신이 이자에게 말했다면서요? 최고의 복수는 용서다. 난 당신을 용서하는 것으로 복수하겠다고... 기억하십니까? "
" 그건- "


" 착한 당신이 이 자를 용서한 덕분에, 내 아내가 이자에게 죽었습니다. "
" ! "


눈을 부릅뜨는 김남우!
사내는 도끼로 사내의 얼굴을 툭툭 치며,


" 십 년을 추적하여 이 자를 겨우 잡았는데, 이 자가 그러더군요? 용서하시라고.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. 예전에 '김남우'라는 성자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, 당신도 용서를 하고 구원을 얻으라고.. "
" 으..으으... "
" 저는 궁금해졌습니다. 무슨 이야기일까 자세히 들어봤지요... 그때 제 심정을 아실까요? 만약 당신이 이 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면. 그 빌어먹을 관용을 베풀지만 않았다면, 내 아내는 무사했을 텐데.. "
" 아니 나, 난...! "


'퍽!'


도끼로 중년인을 쳐 깨우는 사내!
중년인은 "끄흑" 앓는 소리를 내며 부은 눈꺼풀을 힘없이 올렸다.


" 아직 살아있습니다. 어디 하나 잘린 곳도 없지요. "


사내는 도끼날로 중년인의 고개를 받쳐 들고, 김남우를 보았다.


" 아직 당신의 복수에 공소시효가 하루 남았지요?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. "
" 무슨, "
" 저는 오늘 한 번의 복수와 한 번의 용서를 하려 합니다. 당신이 이 자를 용서하겠다면, 저도 이 자를 용서하겠습니다. 그리고 당신에게 내 아내의 복수를 하겠습니다. 만약 당신이 이 자를 용서하지 않겠다면, 저도 이 자를 용서하지 않겠습니다. 그리고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. "
" ! "


사정없이 흔들리는 김남우의 눈!
순간, 다 죽어가던 중년인이 김남우를 보며 급히 빌었다!


" 서, 선생님! 잘못했습니다 선생님! 저를 용서해주세요! 예전처럼 다시 저를 용서해주세요! "
" 무..! "
" 그때처럼 저를 용서하시고, 마음의 구원을 얻으세요! 예?! 저는 죽어선 안 됩니다 선생님! 우리 아픈 아들! 어머니! 저 없으면 다 죽습니다요! 예?! 선생님은 착하시지 않습니까?! 착한 마음으로 저를 한 번만 더 용서해주세요! "


마구잡이로 뱉어대는 중년인의 애원에, 김남우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.
사내는 무덤덤하게 물었다.


" 어떻게 하시겠습니까? 이번에도 최고의 복수를 하실 겁니까? "
" 으..으..! "
" 선생님! 선생님 제발! 선생님은 착하시잖습니까! 선생님!! "


입술을 덜덜 떨던 김남우는, 사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.


" 보, 복수를 한다고 해서 남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! 남는 건 당신 마음의 고통뿐입니다! 요,용서하시길...! "
" ... "


정적인 얼굴로 김남우를 응시하는 사내.


" 둘 모두를 용서하라...? 지독하게 착하시군요. 지독하게 멍청하시고요. 지독하십니다.. 지독해! 지독해! 지독하다고! 이 지독한 !! "


목울대를 뜨겁게 달구는 사내!


" 내가 용서를 해?! 내 용서로 풀려난 가 또 누구를 죽이면?! 나는 또 그때 가서 용서를 베풀라고 말해주면 되나?! "
" 아, 아닙니다! 다시는- "
" 용서는 사람한테나 하는 거야!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! 옷에 커피를 흘렸을 때! 같이 보기로 한 영화를 혼자 봤을 때! 그럴 때 하는 게 용서야!! "
" 으으...! "
" 당신의 그 이기적인 용서 때문에 내 아내가 죽었다고 씨퍌! "


벌벌 떠는 김남우!
사내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.


" 둘 다는 없어. 선택해. 이 자를 이번에도 용서할 건가? 아니면, 용서하지 않을 건가? "


미친 듯이 흔들리는 김남우의 동공! 미친 듯이 애원하는 중년인!


" 서, 선생님! 선생님 제발! 착한 마음으로 용서를! "


사내와 중년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김남우의 눈동자는 끝내 질끈,


" 요, 용서하지 않겠습니다.. "


" 끄악! 무슨 개! 선생! 선생님! 무슨 말씀을 선생님선생으아악-! 취소해! 취소! 용서해! 용서하라고 용서해! 용서하란 말이야 이 씹! "


발악하는 중년인과 시선을 피하는 김남우.
사내는 가만히 김남우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.
다가가서 김남우의 줄을 풀어주는 사내. 한데?


" ?! "


사내가 김남우에게 도낏자루를 쥐여주었다.
김남우가 당황하는 사이, 한쪽으로 빠지는 사내.


" 죽이세요. "
" 아..아어?! "


깜짝 놀라는 김남우!


" 어, 어떻게 그...! "


김남우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보지만, 사내는 단단히 팔짱을 낀 채로 입을 다물었다.


" 사, 살려, 용서해주십시오! 선생님!선생이씹! 제발! 아악! 제발! "


온몸을 흔들며 발악하는 중년인과 망설이는 김남우.
그러자 잠시 뒤,


" 마음이 바뀌었습니까? 그렇다면- "


사내가 팔짱을 풀자마자, 자기도 모르게 움찔 놀라 한 걸음을 옮기는 김남우!
사내는 김남우를 똑바로 노려보았다. 망설이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김남우.


" 야이 씹! 안돼안돼제발! 오지마! 오지마! 야이 개-! "


중년인의 코앞에 멈춰 선 김남우. 도끼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.


" 뭐 하세요? 죽이세요. 아내의 복수를 해야죠. "
" 으..으.. "
" 아, 안돼 안돼 ! 이, 으익! "


흔들리는 눈으로 중년인을 내려다보는 김남우. 잠시 뒤, 천천히 손이 들어 올려졌다.


" 끄아악! 살려, 살려줘! 제발! 선생님선생님! 살려주세요! 악! 악-! "


중년인이 울고 불며 발악하지만, 무덤덤한 사내의 목소리.


" 내 아내도 저렇게 빌었겠지요. 당신의 아내도 저렇게 빌었겠지요. "
" 아니요아니요아니요! 곱게 죽였습니다! 제가 곱게 죽였어요! 네 선생님?! 용서를! 제발 선생님악! 제발! "
" ... "


피가 밸 듯이 이를 악무는 김남우. 다음 순간, 힘껏 도끼를 내려찍었다!


' 퍽! '


" 끄아악-!! "


어깻죽지에 피가 터지며 발광하는 중년인!
김남우가 손의 감촉에 부들거릴 때, 사내가 담담하게.


" 다시요. "
" 으..으.. "


도끼를 들고, 다시 한번 '퍽!' 내려찍는 김남우!


" 이씹으끄악-! "
" 다시. "


부들거리는 김남우의 손이 다시 도끼를 들어 올리고-, 사내의 요구.


" 아내분의 이름을 부르세요. "
" 으..! "
" 어서요. "
" 혜화야...! "


' 퍽! '
" 끄아아악-! "


" 더 크게요. "
" 혜화..혜화야! 혜화야!! "


' 퍽! '
" 꺼허억...! "


어느새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는 김남우. 사내의 재촉이 없어도 마구잡이로 도끼질해댔다.
이미 숨이 끊어졌는지,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 중년인. 그래도 김남우는 도끼질을 멈추지 않았다. 온몸을 토막 낼 기세로, 소리를 질러대며 도끼질을 해댔다.


잠시 뒤, 기어이 중년인의 목이 떨어져 나가자, 도끼를 '쨍그랑' 놓아버리는 김남우.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.
뚜벅뚜벅 다가온 사내가 물었다.


" 기분이 어떻습니까? "
" 하아 하아 하아.. "


김남우는 숨을 몰아쉴 뿐, 대답하지 못했다.


" ... "


사내는 걸어가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.


" 가세요. "


김남우가 흐리멍덩한 얼굴로 바라보자, 사내는 말했다.


"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. 벌을 받은 저자도 용서합니다. 그리고 이젠, 나도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"
" ... "


말없이 일어난 김남우는 기운 빠진 걸음을 걸었다. 그가 문을 통과할 때, 사내가 물었다.


" 최고의 복수는 용서가 맞습니까? "
" ... "


멈춰 선 김남우는 가만히 사내의 눈을 쳐다보았다.


" 아니요. "


김남우는 이젠, 15년 만에 잊을 수 있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.



https://youtb.org/3741935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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